
기술분석의 비밀, 중요한 것은 따로있다?
*2021-09-07 글
TA(Technical Analysis)라고 불리는 기술분석은, 가격 데이터를 이용한 보조지표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는 분석방법을 뜻합니다.
추종자들에겐 정말 보물과도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보았을 때 그럴싸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싸할까요? 정말 직관적인 데이터인, “가격”을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동평균선은 가격의 평균치입니다. MACD는 이동평균선의 격차를 나타낸 것입니다. Stochastic은 고저종가를 평균을 낸 것이구요, RSI도 가격의 등락폭을 이용한 지표입니다.
기술분석에는, 가격 데이터가 모여 만드는 모양이나 패턴으로 전망을 설명하는 ”Price Action” 또한 포함되는데, 이는 자주 관찰되는 모양들을 포장하여 설명한 것 뿐입니다.
이렇듯 TA는, “가격”이 뿌리를 이루다 보니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제가 iphone을 하나 구매해 iphone하나 분의 매출이 오르게 되면, 애플의 Valuation에 영향을 주고 주가에 즉시 반영이 될까요? 환불을 하면 즉시 다시 내려가나요?
당연하게도 아닙니다.
그러나 주가가 변하면, 기술적 지표는 그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고,
지표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합니다.
기술적 분석방법이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보다 안 좋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제 오늘 iphone의 구매 또는 환불, 그리고 부채 이자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반영되는 재무제표가 존재한다면,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방법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기업 실적은 초 단위로 발표되지 않거든요.
TA는 심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심지어 TA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기술분석은 “심리”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지표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부인하지는 않으나, 저는 심리보다도, 특정한 전제 하에 존재 가능한 것이 기술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돈을 좋아한다”
위 자료는 단순한 20일 이동평균선입니다. 단순한 평균값이 시사해주는 것은,
1. 가격이 선 위에 위치한다면 20일 이내 주식을 산 주주들은 평균적으로 수익구간
2. 가격이 선 아래에 위치한다면 20일 이내 주식을 산 주주들은 평균적으로 손실구간
이 주주들이 돈을 좋아한다면, 수익이 나고 있을 때는 주식을 팔 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팔겠죠?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기술분석은 존재의의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돈을 좋아하기 때문에 손실 중인 미실현손익을 차마 실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일 한참 이전에 주식을 산 주주가, 와이프 몰래 플레이스테이션을 장만하고 싶어서 주식을 팔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예외는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지만, 대다수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장만하고 싶지는 않을 거라는 가정 하에 비로소 기술분석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술적분석과 같이 기본적분석에도 예외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Ceteris Paribus! 우리는 이러한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 암묵적으로 예외는 제외하자고 약속한 것입니다.
Ceteris Paribus: 경제학의 기본가정으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앨프리드 마셜이 미시경제 분석을 위해 <경제학 원론>에 도입한 개념 – Naver 지식백과
“선행 지표”, 사실은 선행이 아니다
Ichimoku Cloud, 일목균형표입니다.
어라? 지금 가격을 앞서가고 있는 초록색 구름이 보이시나요?
일목균형표에서는 이를 “일목 구름”이라 칭하며, 지지 혹은 매물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미래의 지지와 저항, 선행지표죠.
도대체 어떠한 원리로 “선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Ichimoku Cloud의 저 구름대는, 단순히 ‘어떠한 값’을 그대로 뒤로 보낸 것이 전부입니다.
그 ‘어떠한 값’은, 무려 N일 간 캔들 중간 값의 평균!!
즉, 선행이라고 표현해봤자 시간이 다 지나고 남은 데이터를 뒤로 보낸 것일 뿐이라는 말 입니다.
지지대가 깨지고 나서 추가적인 하락이 나왔는데요?
정확히는 돌파 이전까지 고점 대비 21%의 하락이, 돌파하고 나서 30%의 하락을 보인 상황입니다.
지지대가 “깨져서” 생긴 하락인가요? 아니면 단순히 하락해서 돌파된 것일까요?
위험한 의미부여는 엉뚱한 것을 믿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지표들은?
사실, 믿을 수 없습니다.
금융시장은 가우스 정규분포곡선을 따라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올랐을 때 생각보다 더 오르고, 너무 많이 내렸을 때 생각보다 더 내려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위험을 “Fat Tail Risk” 라고 칭합니다.
통상적으로, RSI가 70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합니다.
처음으로 70을 넘고 나서, 70아래로 되돌아 오기까지 가격은 52.7% 상승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넘어갔을 땐, RSI가 70 이상인 상태를 유지하며 88.41%의 상승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언제 사냐구요? 잠시만요, 아직은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할까?
불행하게도, “예측”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평가라고 판단한 주식이 10년간 저평가라면, 과연 그것은 저평가 상태인데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보석 같은 존재일까요?
모든 지표가 화성을 향해 울부짖고 있다면, 그 가격은 화성을 뚫고 태양까지 이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 그 것이 전부입니다.
10일 이동평균선과 50일 이동평균선이 교차될 때마다 진입하고, 털어내는 단순한 전략의 결과입니다. 손익은 -9.51%, 최대 손실 폭(MDD)은 무려 70.27%이 나왔습니다.
바닥을 치고 올라와서 -9.51%으로 마무리되었지, 실제 상황이었다면 그 누구도 70%의 손실을 겪고도 같은 전략을 유지한 채로 투자를 이어나가지 못합니다.
단순히 진입 비중만을 100%에서 10%로 줄인 모습입니다. 손익은 2.41%로 양전하였으며, MDD는 10.61%로 크게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려가기만 하니까 그렇지, 좋은 종목은 다르다구요?
해당 종목은 백테스팅 기간 동안 HOLD했을 시, 약 310%의 수익을 거두어 주었을 종목이었습니다.
전략이 잘못된 거 아니냐구요?
삼성전자, 애플, 카카오, 아마존 전부 다 좋은 성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확인하였습니다.
오늘 분석한 종목이 좋은 종목인지, 평생 갈 종목인지는 사실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30년 전 시가총액 순위와 오늘날 시가총액 순위가 다른 것 처럼요. 하나의 ETF를 구성하는 종목도 매번 변화하곤 합니다.
시장은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적인 기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신라젠”을 꾸준히 사 모았다면, 그 끝은 좋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요? 기본적분석이나 기술적분석이나, 전부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이 “기준”을 세웠다는 것은, 분명 그 기준에서 이탈하게 되면 주식을 팔아버리기 위해 세운 것일 것이고요. 리스크 관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대비책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예상하고 세운 기준에 따르면서,
특정 종목을 임의의 기준에 따라 보유만 하고 있었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리스크 관리의 일부”를 이행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대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마다의 기준을 따르되,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 그리고 “그 기준이 위험을 확실히 적정 범위 내로 낮출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분석 방법이나 여러 모델들은 전부 하나의 기준이기에, 사실 이론적으로 틀린 것은 없습니다. 충분히 위험도가 낮은지가 관건이죠.
제목이 “8년 간 기술분석을 공부한 사람은, 사실 기술분석을 싫어한다”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날 TA를 외치는 분들 중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그럴싸해 보이는 숫자의 눈속임에 속거나 이를 사용해 타인을 속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속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직시하는 것, 어떨까요?
벌 땐 벌더라도, 리스크 관리 하나쯤은 괜찮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