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가치평가 보고서 속 함정
*2021-11-10 글
Smart Consumer,
즉 개별적인 항목들을 따져보고 결정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금융시장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 입니다. (ex. AWARE 구독자 분들)
그러나 아직 현명한 소비에 환경은 따라오지 못하는 중인 듯 합니다. 그렇기에 어려울 수 있어도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더욱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은 질적인 부분에서도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PDR, 내가 글쎄 용 꿈을 꿨는데..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PER(Price Earning Ratio) = Share Price / EPS = 주가 / 주당순이익
Tesla PER = 1,186.11 / 3.08 = 385.1
단위: 달러, 배
아직도 테슬라의 PER은 385배로, 기업이 가져다주는 이익의 385배 가격으로 주가가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해당 지표로는 엄청나게 고평가지만, PER은 고평가 중에도 계속 상승하는 테슬라의 주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꿈"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PDR은 성장 중인 기업이 미래에 창출해낼 수 있는 매출에 포커스를 맞춘 지표입니다.
PDR (Price - Dream Ratio) = Market Cap / (TAM * Market Share) = 시가총액 / (기업이 속한 시장의 규모 * 시장점유율)
Tesla PDR = 11,911.6 / (2,440 * 13.85%) = 35.24
단위: 억, 달러, 배
2019 EV(Electronic Vehicle) TAM 1623억 달러 기준, EV CAGR 22.6% 반영
PDR로 계산하니 35배로, PER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alliedmarketresearch
시가총액과 점유율은 그대로 두고 2027년 추정 시장 크기만을 반영해 재계산하면,
테슬라의 PDR은 10.7배 (2027년 TAM: 8028.1억 달러 기준)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 비트코인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요..
BTC PDR = 12,585.24 / ( 29,000 * 43.37%) = 1.00
단위: 억, 달러, 배
비트코인은 테슬라보다 35배 나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요?
분명 미래에 발생 가능한 매출에 대해 집중을 하고싶었는데, 왜 시가총액만을 따져본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Valuation, 슈뢰딩거가 키우는 고양이도 울고간다
DCF Sensitivity Test
기업분석보고서에는 PER, PBR, EV/EBITDA 등, 지표 또한 많이 사용되지만, 모형 중에 가장 자주 보이는 대표적인 모형은 단언컨데 DCF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할인모형 (DCF, Discounted Cash Flow)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CF, Cash Flow)을 전부 합산하여 해당 기업을 평가하는 모형입니다.
현금흐름은 알겠는데, 할인은 왜 할인하냐고요?
50년 전 물가와 현재의 물가가 다르듯이, "현재"의 관점으로 "미래"의 현금흐름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20XX년의 짜장면 가격은 5만원인데, 지금은 8천원이라는 의미입니다. 20XX년의 5만원과 현재의 5만원의 가치는 다르기 때문에 할인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1. 기업의 성장을 어느정도로 기준하여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하는가?
2. 미래 가치를 현재의 가치로 할인할 때 어느 정도로 할인해야하는가?
이 두가지 요소는 기업의 적정가치 산출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임의의 DCF 민감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할인율(이자율)로 사용되는 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과 영구성장률 (Terminal Growth)에 따라 적정가치가 크게 바뀌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1~3%정도 변동에 따라 적정가치는 최저 638,621원에서 1,799,317원으로 거의 3배가 뛰는데, 당장 기업의 현금흐름이 전부 배로 뛰어도 이 정도 격차를 벌리지는 못합니다.
혹시 "왜" 할인율과 성장률을 N%로 잡았는지 설명해주는 기업분석 보고서를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 없습니다.
ESG, 아무튼 우리 회사가 짱이거든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환경 측면에서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에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바뀔 것을 요구합니다. 사용한 자원을 재사용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사회 측면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보다 공유가치 창조(CSV, Creating Shared Value)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효율적인 방향성이라고 말합니다.
지배구조 측면도 빼놓을 수는 없겠죠. 기업의 전반적인 뼈대는 튼튼한지: 주주를 잘 챙기고 좋은 이해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지, 주주구성이나 순환출자 여부 등에 대한 항목입니다.
기업분석보고서에서는 "목표 주가의 괴리율"을 ESG를 통해 보완 설명하곤 합니다.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상태나 현금흐름 등을 통해 추산 된 가치에서 비계량적인 요소로 알파를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ESG가 중요하다는 것이라 해석됩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ESG등급을 총 7개 (S, A+, A, B+, B, C, D) 로 나누어서 평가합니다.
여기서 KB금융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부 A+의 등급으로, 2020 ESG 우수 기업 중 세번째로 높은 수준에 위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MSCI
MSCI에서 KB금융의 ESG등급은 A로 평가됩니다. +의 유무 차이처럼 보일 수 있으나, MSCI에서의 A등급은 사실 "평균 그룹"에 속합니다.
확실히 서로 등급이 다른 것이 눈에 띕니다. 2020년 ESG 최상위권 기업이 2017년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평균등급이라니, 확실히 해외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Peer Group이 달라서일까요? 심지어 MSCI에서 KB금융은, 이전에 A등급보다 한단계 아래인 BBB등급을 받은 이력까지 남아있습니다.
FTSE Russell
해외 평가끼리도 엇갈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기차 기업은 가스차 기업보다, ESG 평가항목 중 환경 측면에서 유리하니 좋은 점수를 받기 쉽겠죠? 실제로 MSCI에서는 모 전기차 기업의 ESG 점수를 더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FTSE Russell은, 생산의 지속력을 이유로 가스차 기업의 ESG 점수를 더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이렇듯, 현재 통일된 기준이 없는 ESG를 기업의 가치에 반영 -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모습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ESG 경영의 리스크에 대해 변명하는, 재미있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경우를 이사회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 설명하고, 자산총액의 100%넘는 차입금을 회사가 2년 내로 갚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리스크는 괜찮다고 설명하는 모습은, 타당한 근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구독자 분들의 Smart Consumption을 응원합니다
가치를 설명하지 못하기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도록 수치를 임의로 조정하고, 통일되지 않은 기준으로 가격격차를 좁히는 와중에 분명히 존재하는 리스크에 대한 변명까지 한다고요?
예전에 비해 분석 보고서의 분량은 많이 줄었습니다. 접근성을 용이하게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곧 보고서를 읽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충분한 설명 없이, 목표 주가만을 강조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가치 산정이 중요한 것은 이해를 하나, 이제는 바뀌어야할 때가 아닐까요?
모회사도 없는데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이 기업은 곧 배당을 할거야"라고 주장하거나, 동종업계에 속한 기업(Peer Group)을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기업들로 구성해 수치를 조절하거나, 심지어 가치평가모형의 계산식이 틀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숫자와 사실에 기반해 결론을 내는 것인지, 결론에 기반해 숫자를 만드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문판매원에게 지갑을 맡기실 건가요, 아니면 야망있는 기업의 주주가 되실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