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AI] 소셜미디어는 지는해, 이제는 '추천' 미디어가 뜬다

RYUNSU SUNG
PRO

2023-02-06 · 12 MIN READ

TikTok이 불러일으킨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미디어 서비스

*2022-08-18 글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어웨어 관련 이야기를 잠깐 해본다.
일단, 한국에는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쓸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언어에는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인데, 한국의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교과과정이나 단순한 어학연수 수준으로는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의도'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갤럭시가 보급형 기종 위주로만 팔리는 이유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이끄는 삼성전자의 개발진이 미국인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nformation Arbitrage (정보 차익거래) 기회가 상당하다.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만 한글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도 충분히 돈 잘 버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웨어는 그저 Information Arbitrage로 돈벌기 위해 설립한 콘텐츠 기업은 아니다.
핵심은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미리보고 가서 대기하는자가 승리할 것이고 (스티브잡스는 "I skate to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not where it has been"라는 유명 하키 선수의 문장을 인용해 이를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나의 태도가 열려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어웨어는 매달, 혹은 매년 구독료를 내는 당신이 승자가 되길 바라지, 패배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지혜롭게 승자가 된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어웨어의 목표이다. 당신들이 잘 되어야 우리도 잘될 수 있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을 안팎에서 '지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전달하며, 생산해야 한다. 이 세상에 100% 오리지널 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새롭지만 익숙한 컨셉, 기존에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그러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그런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
아직까지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손해를 보고있다. 풀타임으로 영어과외를 뛰어도 어웨어의 매출액 정도, 아니 그 이상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시장은 생각보다 느리게 변화하고, 변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puck이 있는곳 에는 관심이 없고, 앞으로 갈 곳, 즉 여러분들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에 베팅 하고있다. 우리의 보잘것 없는 데이터 만으로도 질적인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Financial Times에 따르면 영국의 10대들은 (teens: 만 13세~19세) TikTok을 텔레비전 보다 더 오래 시청한다고 한다. BBC나 Channel 4와 같은 공영방송은 아직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일이 아닌가?),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도달하는 비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Netflix, Disney+와 같은 OTT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나 YouTube, TikTok과 같은 비디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사용 비중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만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그랬고, 한국에서도 OTT 미디어 서비스와 TikTok의 강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대 중반인 나도 IPTV에서 프로그램을 '자의적으로' 시청한 기억이 눈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OTT 미디어, 소셜 미디어에서도 한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이는 TikTok의 대성공과 TikTok을 따라잡기 위해 전략을 완전히 바꾸기 시작한 Meta Platforms (전 Facebook)의 모습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일례로 Meta Platforms의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Instagram은 올해 7월부터 내가 팔로잉하지 않는 사람도 피드에 보여주는 (즉, 콘텐츠 추천을 해준다!) 알고리즘 변화를 적용했는데, 유명 연예인인 Kim Kardashian은 본인의 계정을 통해 "원래 인스타그램을 돌려달라"며 거센 불만을 표했다. Instagram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그녀와 같은 유명인들의 계정을 직접 만들어주고 콘텐츠를 업로드하게 한 시점이라는걸 감안하면 미리 협의를 하지 않은 내용이란게 더 놀랍게 다가온다.


그녀를 비롯한 사용자들이 추천 포스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Instagram CEO인 Adam Mosseri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When you discover something in your feed that you didn’t follow before, there should be a high bar — it should just be great,” Mosseri said. “You should be delighted to see it. And I don’t think that’s happening enough right now. So I think we need to take a step back, in terms of the percentage of feed that are recommendations, get better at ranking and recommendations, and then — if and when we do — we can start to grow again.” (“I’m confident we will,” he added.)
"당신의 피드에서 팔로우하지 않은 사람의 게시물이 보인다면, 그 게시물의 수준은 매우 높아야 할 겁니다 -- 그냥 최고여야 하죠. 당신은 추천 게시물을 보고 신이나야 하는데, 제 생각에는 (회사의 추천 알고리즘이)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안되는거 같아요. 그래서 제 생각엔 지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추천 게시물이 보이는 빈도면에서요. 그리고 우리가 추천을 하는 능력이 개선된다면 -- 그 때가 된다면 -- 그 빈도수를 다시 높일 수 있을거에요. 저는 우리가 그럴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Instagram이 팔로잉 대신 알고리즘 기반으로 게시물을 노출하는 이유는 TikTok의 급격한 성장과 큰 연관이 있다. TikTok은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세로형 비디오 콘텐츠를 끊임없이 노출시켜주고, 따라서 기발하고 비디오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들을 인플루언서로 만들어주었다. Instagram은 TikTok의 부상을 대응하기 위해 Reels라는 세로형 비디오 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사용시간은 전체 체류시간의 20% 정도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던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알고리즘이 들어오게 된다. Facebook과 Instagram이 '소셜' 미디어로 분류되는 이유는 "내가 아는 사람들의" 콘텐츠를 보여주기 때문인데, 이미 팔로잉 하고 있는 사람들의 콘텐츠의 노출 빈도나 순서는 AI를 이용하여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리도록 최적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TikTok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추천'을 최대한 우선으로 했고, 덕분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던것이다. 항상 사용자들을 빼앗기는것에 극도로 예민한 Meta Platforms 입장에서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TikTok처럼 될 필요성을 느꼈을 수 밖에 없다.


Kim Kardashian은 왜 이런 결정에 대해서 분노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추천 우선' 알고리즘에 있는데, 앞으로 Instagram 사용자들은 그녀의 콘텐츠 대신 자신에게 추천된 (알고리즘은 놀라울 정도의 정확도로 사용자가 선호할만한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다) 콘텐츠를 보게 될 것 이기 때문이다. 즉, TV와 라디오, 인터넷의 등장 때 부터 이어진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연예인들의 시대가 저물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TikTok의 등장은 새로운 (우리 옆에서도 볼 수 있는)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의 시대를 만들어냈고, 개개인은 자신의 취향에 적합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얘기는 그동안 소수의 미디어에서 대부분의 관심을 독차지 할 수 있었던 유명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것을 뜻한다.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 하나만으로도 승부할 수 있는 '추천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임은 물론, 가속화 될 취향 파편화를 야기하기도 할 것이다.


취향의 파편화는 그동안 언어, 지역, 나이등으로 묶여왔던 공감대의 해체를 의미한다. 2010년대생이 비틀즈 노래에 심취하고, 50대 아줌마가 르세라핌 춤에 열광할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수많은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 및 투자에 대한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진 어웨어 구독자들의 다양한 대화는 텔레그램 그룹챗에서 나눌 수 있습니다.